[김식의 엔드게임] 키움증권은 왜 야구단 아닌 임영웅을 미는가

작성자
sajwndfl
작성일
2021-01-06 10:49
조회
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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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눈길을 끄는 광고 중 하나가 트로트 가수 임영웅이 등장하는 영웅문 CF다. ‘영웅이도 영웅문 한다’는 콘셉트의 이 광고는 최근 가장 '핫'한 스타를 내세워 친근하고 유쾌한 느낌을 주고 있다.

영웅문은 키움증권의 모바일 앱 서비스 이름이다. 임영웅 광고는 회사명 키움증권 대신 서비스명 영웅문을 앞세웠다. 개인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따른 키움증권의 대응 전략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이 임영웅을 내세워 영웅문을 홍보하는 건 합리적인 선택 같다. 올겨울 ‘키움’이라는 단어는 스포츠팬들에게, 나아가 일반인들에게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키움증권은 당분간 ‘키움’을 지우는 게 효과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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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KBO리그는 키움 히어로즈 문제로 또 시끄러웠다. 지난달 28일 한국야구위원회(KBO)가 허민 히어로즈 이사회 의장에게 직무정지 2개월 징계를 내렸기 때문이다. 그러자 강태화 키움 홍보상무는 "징계가 부당하다고 보여 법적인 판단을 받아보려고 한다. (KBO가 내린) 직무정지에 대해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향후 절차를 밟을 계획"이라고 맞섰다. 사상 초유의 ‘징계 불복’과 ‘사법 대응’ 선언에 KBO리그 팬과 구성원들은 충격에 빠졌다. 앞서 키움에서 은퇴한 이택근은 “팬 사찰 의혹과 관련해 구단과 관계자를 징계해 달라”는 내용의 징계 요청서를 지난해 11월 KBO에 제출한 바 있다. KBO 상벌위원회는 키움 구단과 김치현 단장에게 엄중경고, 그리고 허민 의장에게 직무정지 2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야구계에서는 “2개월 직무정지 징계는 너무 약하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허민 의장은 야구단 경영권을 장악했으면서도 ‘출근’은 거의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히려 키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직접 ‘출전’한 게 문제였다. 야구단 경영진이 허민 의장의 측근으로 채워진 상황에서 2개월 직무정지 징계는 실효적이지 않아 보였다. 그런데도 ‘징계 불복’과 ‘사법 대응’에 나선 건 허민 의장의 심기가 그만큼 불편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태화 상무의 코멘트에서 그게 느껴진다.

2019년 6월 허민 의장이 2군 경기장에서 캐치볼 하는 영상이 방송에 공개, 부정적인 여론이 형성된 적이 있다. 이택근은 키움 구단이 CCTV를 동원해 영상을 촬영한 팬을 사찰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걸 ‘사찰’이라 판단할지에 대해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다. KBO 상벌위원회 징계 결정이 미뤄진 이유였다.

야구인들과 팬들은 징계 결과가 나오면 키움 구단이 사과할 것으로 생각했다. 과거 KBO 징계가 세다고 여긴 이들이 여럿 있었지만, 그들도 '뒤에서' 소명하거나 읍소했다. 자신이 법적·도덕적 문제를 일으켰다는 걸 부정하지 않았다. 억울한 점이 있더라도 사과하고 반성(하는 척이라도)하는 게 KBO리그 구성원의 약속이었다. 높은 수준의 윤리의식을 가져야 리그의 품격이 높아지고, 팬들에게 사랑을 받을 수 있다는 걸 알아서였다.

그러나 허민 의장은 KBO 징계에 법리적 빈틈이 있다고 판단, 구단의 공식 스피커(강태화)를 통해 법정 대응 의사를 밝혔다. 이것이 ‘야구 놀이’나 ‘사찰 논란’보다 훨씬 충격적이다. 법은 약자가 기댈 수 있는 최후의 보루다. 대부분 법률가로 구성된 KBO 상벌위원회는 허민 의장에게 강력한 징계를 내리지 못했다. 그런데도 허민 의장은 2개월 직무정지도 과하다며 KBO와의 소송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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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의장이 간과한 게 있다. 형식적으로 보면 허민 의장과 키움 구단에게 징계를 내린 건 KBO 상벌위원회다. 그러나 사실상 허민 의장에게 책임을 물은 건 선수였고, 팀 구성원이었고, 야구팬이었다. 그리고 수년 동안 축적된 키움 구단에 대한 실망이 내용을 채우고 있다.

키움이 소송을 예고하자,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와 야구 원로 모임인 한국프로야구 은퇴선수협회(한은회)가 연이어 비판 성명을 발표했다. 선수협은 “법적 대응을 하겠다는 허민 의장의 태도는 리그의 가치를 심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리그 퇴출까지도 고려돼야 할 사안”이라며 날을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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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민 의장이 이런 비판을 한두 번 받은 게 아니다. 그런 그가 느닷없이 지난달 31일 보도자료를 통해 “법적 대응 입장을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실효적이지도 않는 징계를 결국 수용했다. 그러나 ‘소송’이라는 카드를 언제든 꺼낼 수 있다는 걸 야구계에 보여준 셈이다. 법은 강자가 악용할 때 무기가 된다. 허민 의장은 ‘징계 불복’과 ‘사법 대응’을 통해 그걸 보여주려 했는지도 모르겠다. 사흘 만에 철회한 소송 예고는 그런 면에서 충분히 효과적이다.

지난해 10월 손혁 키움 감독 경질(구단 발표로는 자진 사퇴) 뉴스가 나온 뒤 허민 의장은 수없이 미디어에 등장했다. 그가 어떤 방식으로 구단의 경영권을 확보했는지 알려진 바 없지만, 허민 의장이 실질적인 키움의 오너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지난 2년 동안 그의 기행은 ‘갑질’ 또는 ‘놀이’로 해석됐다.

너클볼을 던질 줄 안다는 이유로 허민 의장은 선수들의 피와 땀, 열정이 녹아있는 그라운드의 가장 높은 곳에 서 있었다. 그럴 때마다 미디어에는 키움증권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입은 허민 의장의 모습이 노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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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월 키움 히어로즈 출범식에서 이현 키움증권 대표이사는 “키움과 히어로즈는 유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허민 의장이 스토브리그 뉴스를 집어삼키고 있는 올겨울에도 이 생각이 여전한지 궁금하다. 이 경우엔 결국 김익래 키움증권 회장의 책임론까지 불거질 수 있다. 김익래 회장은 ‘키움’이라는 이름을 쓰는 대가로 야구단에 5년 총액 500억원을 후원하는 계약의 최종 결재권자다.

키움은 스토리가 있는 구단이다. 재정과 신용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8개 구단 체제가 위협받았던 2008년 KBO리그에 입성했다. 서울 연고권과 국내 유일의 실내구장(고척돔) 사용권도 얻었다. 박병호·김하성·이정후 등 실력과 상품성이 뛰어난 선수들도 보유했다.

그러나 지금 키움증권과 함께 연상되는 건 허민 의장이다. 그리고 그의 소영웅주의다. 키움증권이 ‘키움’을 옆으로 치운 뒤 임영웅 광고에 열을 올리는 이유일지 모르겠다. 키움증권의 야구단 투자의 효용은 얼마나 될까. 키움이 리그 구성원과 팬들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지 못한다면, 500억원은 ‘매몰비용’이 될 가능성이 크다.

룰렛사이트 김식 스포츠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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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식 see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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